"벽안(碧眼)의 영국 군의관이 본 1816년의 조선 사회"
"벽안(碧眼)의 영국 군의관이 본 1816년의 조선 사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0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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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 of His Majesty’s Ship Alceste...존 맥클라우드의 알세스트호 항해기
(좌측) 1817년 초판의 영인본(1963년)-The Voyage of the Alceste to the Ryukyus andSoutheast Asia(John M’leod, Charles E. Tuttle Company, 1963), (우측) Voyage of HisMajesty’s Ship Alceste, along the Coast of Corea, to the Island of Lewchew 1818년 제2판 표지.

[제주일보] 1816년 영국정부는 중국과의 통상을 위해 윌리엄 애머스트(William Amherst)를 파견할 때 군함 5척을 함께 보냈다. 애머스트가 청나라 가경황제(嘉慶皇帝:1795~1820)를 알현하는 동안 2척의 군함이 우리나라 서해안과 ‘유구섬’(Lewchew 琉球:현 오키나와)을 탐사했다.

1816년 9월 1일~10일까지 열흘 동안 우리 서해안을 탐사했던 알세스트호(Alceste)의 군의관 존 맥클라우드(John M’leod)가 1년 후인 1817년 출판한 항해기가 바로 “Voyage of His Majesty’s Ship Alceste, along the Coast of Corea, to the Island of Lewchew”(John M’leod,London,John Murray,1817)이다.

이 여행기에는 당시 조선의 이모저모를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과 함께 2장의 우리나라 관련 채색삽화가 수록되어 있다. 조선사람들을 서양인처럼 표현하기는 했지만 200년 전의 우리네 사는 모습을 파악할 수 있어서 자료적 가치가 높다.

삽화-‘제임스 홀 경 군도(群島, Sir James Hall’s Group)의 주민들’.

먼저 ‘제임스 홀 경 군도(群島:Sir James Hall’s Group)의 주민들’이라는 제목의 삽화는 지금의 대청군도(大靑群島:옹진군에 속하며 백령도·대청도·소청도로 구성됨)에 살던 주민들의 모습을 그렸다. 또 다른 ‘조선 관리와 수행원들’이라는 제목의 삽화는 당시 그들을 맞이했던 마량진첨사(馬梁鎭僉使) 조대복(趙大福)과 함께 온 조선 관리들을 표현하고 있다.

지금의 충남 서천군 서면에 있던 마량진의 첨사 조대복은 당시 함께 그들을 접했던 비인현감(庇仁縣監) 이승렬(李升烈)과 함께 우리나라 성경(聖經) 전래사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당시 알세스트호의 함장 머리 맥스웰(Murray Maxwell)이 조대복과 이승렬에게 선물한 책이 바로 ‘성경’(a Bible)이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純祖 16年 7月 19日 丙寅) 등의 우리나라 기록에는 그 책이 무슨 책이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 여행기를 통해 성경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조대복과 이승렬이 성경을 선물 받은 1816년 9월 5일로부터 꼭 200주년이 되는 2016년 9월 5일 마량항 근처에 성경전래지기념관이 개관되어 이를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때 전래된 성경은 ‘비국(備局:備邊司)의 여러 재신(宰臣)들이 모여 보고 나서 각각 몇 장씩 뜯어다가 집안 사람들에게 주었기 때문’(備局諸宰 相與覽訖 各扯數葉 歸遺家人 今不可考也: 茶山詩文集 22卷 雜評)에 지금은 볼 수 없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

당시 알세스트호와 함께 우리나라 서해안을 탐사했던 라이러호(Lyra)의 함장 바실 홀(Basil Hall)도 “Account of a voyage of discovery to the west coast of Corea, and the great Loo-Choo island”(John Murray,1818)라는 항해기를 남겼다. 이 책은 우리나라와 관련된 부분을 위주로 “10일간의 조선항해기”(바실 홀,김석중 편역,삶과꿈,2003) 등으로 번역되어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우리네 사는 모습이 서양인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일독해 보시길 권한다. 이왕이면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같은 영국인인 두 사람이 각자 기록해 놓은 두 항해기를 비교해 본다면 금상첨화리라….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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