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해변의 평화
다낭해변의 평화
  • 제주일보
  • 승인 2017.03.2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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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서울제주도민회 자문위원 / 수필가 / 시인

“우리 비행기는 착륙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좌석을 바로 세워주시고….” 기내 안내방송이 나온다. 어쩐지 ​두려움 뿐이다. 수교 25년이 지났으나 공산월맹, 월남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밤 11시 다낭공항에 내렸다. ​인천국제공항에서 4시간 정도다. 공항 근무자 베트남인 4명이 무표정하게 지켜본다.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반도의 최동부에 위치한 베트남. 33만㎢에 인구 8500만의 나라다. 가늘고 긴 S자형으로 해안선 총길이 1750㎞에 걸쳐 자리잡고 있으니 그 길을 따라 여행으로 유혹하는 것 같다.

‘인도차이나의 별’ 베트남은 다채로운 풍광의 나라다.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쌀 재배는 2~3모작으로 수출 1위며 과일·해산물의 천국이다

커피생산은 세계 2위. 그러니 중국은 이 나라를 1000년이나 지배했고, 프랑스는 자원이 풍부한 베트남을 200년이나 다스렸다.

종교는 불교가 80%, 천주교가 10%인데 프랑스 신부(神父)가 미리 입국하여 천주교를 포교한 결과 신자수가 늘어났다. 프랑스 지배 시대에 제빵기술을 전수받은 베트남인들이 만든 빵은 참 맛있다. 불어는 주요 언어로 통용된다.

올해는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1992)를 맺은 지 25주년 되는 해이다. 어찌 베트남전쟁(1960~1975)을 잊을 수 있으랴! 1964년 의료진을 필두로 맹호·청룡·백마부대 등 베트남 정글에서 한국군의 용맹성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리의 대 베트남 수출은 326억달러에 달한다. 2016년 154만명의 한국관광객이 베트남을 찾았다. 이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광하는 나라다. 베트남에는 한국 기업도 1300업체가 들어서 있다. 한국인 14만명이 체류해 한인사회도 튼튼하다. 한국 기업체에는 ​베트남인 60만명이 취업해 있다. 그들은 한국공장에 취직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들은 한국의 경제 성장과정을 모델로 삼는다.

베트남인들은 무한한 교육열, 근면성, 미래를 향한 열정, 그리고 겸손하다. 특히 여자들은 부지런하며 가정의 경제를 책임진다. 외식을 억제하며 저축의식이 강하다. 18세 이상 여인들은 오토바이를 애용한다. 그리고 직장인들은 아침에 출근할 때 꽃을 사서 부모님 묘소에 올린다고 한다. 부모가 별세하면 집 근처에 임시 매장하고 3년 정도 지나 이장한다.

남쪽 지방 처녀들은 한국으로 시집을 간다고 한다. 한국 체류 베트남인도 11만명에 달한다. 그 가운데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은 6만명이다. 다문화가정이 주류가 된 셈이다.

세계 10대 백사장의 해변을 갖고 있는 베트남 다낭은 최근 가장 핫한 여행지로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마을 골목마다 유럽에서 온 관광객으로 붐볐다. 그들은 휴양지로 신비의 나라 베트남을 선택한 것이다. 마을 전체가 관광지로 입장료를 받는다. 온 마을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낭 바다 수평선에 대형 화물선이 지나간다. 해변을 거닐면서 50년 전 월남전에 참전한 우리의 군대가 승선한 군용선도 저렇게 수평선을 넘나 들었겠지 하고 잠시 상념에 젖어봤다.

2016년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06만522명이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제 제주관광정책을 ‘관광시장 다변화’에 주력해야 한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에 눈을 돌려 보자. 베트남인들은 한국에 친근감을 느낀다. 우리가 베트남을 관광하는 이유는 미지의 세계관 때문이다. 한국 과자업체가 베트남인들에게 한국의 정(情)문화를 초코파이를 통해 전파하고 있다. 연간 매출이 2000억원이다. 제주도 특산물이 베트남에 진출할 방도는 없을까? 제주도 관광당국, 관광공사, 협회, 여행사 등이 합동으로 ‘제주도관광유치단’을 구성해 베트남을 찾아 관광협약을 맺자. 사면의 제주바다와 한라산, 감귤농원에 그들은 탄복할 것이다. 다시 다낭 해변을 걷고 싶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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