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축제 특성화 필요…제주만의 콘텐츠 찾아야"
"농촌 축제 특성화 필요…제주만의 콘텐츠 찾아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4.1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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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① 지난주 열렸던 가시리 유채꽃 축제 현장. 내년에는 팥이 꽉 찬 찐빵처럼 알찬 축제가 되길 기대해 본다. ② 충남 청양 알프스 마을의 얼음 축제. 로컬푸드는 먹거리 체험의 핵심. 마을주민 모두가 축제 진행요원이다 ③ 청양 알프스 마을이 7~8월 여름철에 진행하는 조롱박축제.

[제주일보] 온 천지가 꽃이다. 온갖 식물들이 저마다 화려함을 뽐내기 위해서 각양각색의 색깔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농경지 주변 농로, 간선도로의 구석구석에도 이름모를 잡초와 야생화가 봄을 만끽한다.

농촌에서의 일상은 70년 가까운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치유되지 못하는 아픔을 숨긴 채 더욱 바빠지고 있다. 해마다 4월에 접어들면 왜 그리도 서러운지 치매가 깊어지신 아버지의 깊은 주름 사이로 베어 나온 고통과 슬픔을 느낄 수 있어 나도 몰래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난 3월 말부터 시작된 꽃의 축제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마을 대평원에서의 유채꽃축제를 기점으로 해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에서 시작된 벚꽃축제가 지난 주말을 정점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는 축제기간 중 꽃들이 만개해 많은 탐방객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축제 안에 꽃과 탐방객은 가득했지만 정작 꼭 있어야 할 것들이 빠져버린 느낌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차기 축제에선 개선이 되길 기대해 본다.

유채꽃 축제에서는 적어도 유채와 관련된 상품의 전시홍보는 물론이고 유채와 관련된 체험과 음식이 망라가 됐어야 축제의 본질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또한 벚꽃축제 역시 꽃은 화려하고 탐방객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지만 그곳 역시 핵심적인 콘텐츠가 간과되고 있었다.

온갖 먹거리 장터가 열리고 있었지만 벚꽃 또는 버찌, 체리와 관련된 먹거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속 빈 강정 또는 팥 없는 찐빵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되어 진다.

이제 농촌에서 개최하는 다양한 축제에 대해서 본질적인 목적에 대해서 심도있는 논의와 기획이 필요하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환경, 굉장히 불리한 여건임에도 마을에서 진행되는 축제에 마을 사람들이 장기간 진력하는 사례를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충남 청양군 칠갑산 자락에 있는 산골오지마을 정산면 천장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크다. 그들은 ‘청양 알프스마을’(대표 황준환)이라고 마을의 명칭을 홍보하면서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얼음 축제를 50여 일 동안 개최한다. 벌써 아홉 번째 축제를 마쳤다.

그들의 축제장 먹거리의 핵심은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 즉 고구마, 밤 등 로컬푸드가 주를 이룬다. 모든 주민이 참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축제의 스태프로 그들의 역할을 다한다.

축제기간 중 그들의 주수입은 입장료와 마을 농산물을 이용한 체험이다. 지난 축제기간에 입장객은 약 18만명으로 1월 초·중순에 영하의 날씨가 지속되지 않아 고전했지만 그럼에도 매출액이 16억 정도 돼 평년작은 됐다고 한다.

그들은 축제를 통한 마을소득에 대한 기대와 실현으로 7·8월에는 조롱박축제, 10월에는 콩과 별빛축제 더 나아가서 야간농촌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1년 내내 주야간 농촌체험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도모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들은 조롱박을 활용한 향장뷰티사업을 마을에서 추진해 베트남과 중국에 수출길도 열었다고 한다.

산간 오지에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아니하던 마을이 축제를 통해서 인지도 제고와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것이다.

CEO의 철학으로 무장한 마을리더의 고뇌와 학습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오늘의 알프스마을을 만들었으리라.

우리네 제주 농촌마을들은 내륙지방의 농촌마을들보다는 훨씬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원하든 그렇지 아니하든 지난해 제주를 찾는 방문객, 즉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는 1585만명의 사람들이 제주를 즐기고 갔다. 우리네 농촌마을들이 연중 그들을 맞을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다면 농촌마을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들불축제로 많은 탐방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주는 제주시 새별오름, 그리고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는 연중 축제가 가능한 기본적인 환경을 갖췄다.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로 기획된다면 제주도는 새로운 관광상품이 개발될 것이고 그 상품의 격을 높일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제주를 찾는 젊은 열정들이 새로운 기획으로 신선함을 주고 있다. 이름하여 ‘제주워킹홀리데이’가 그것이다.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 제주를 경험하기 위해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우리네 농어촌을 경험하고 있다. 그들은 평균 이상의 지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농장에서, 어촌에서, 공사장에서 심지어 요식업에서 일을 하면서 최소의 수입에도 불구하고 농어촌에서의 다양한 체험을 몸소 겪으면서 제주의 가치를 배워가고 있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이사장 안창근)이 그곳이다. 지난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더 많은 젊은 청춘들에게 제주를 경험하게 해주기 위한 노력들이 우리를 감동케 한다.

이미 제주 농촌의 농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으면 붕괴되기 일보직전인데 이들이 그 일을 대신하고 있다. 아직은 구성원이 10여 명 밖에 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들의 에너지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가는 농어촌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들의 다양한 재능은 마을과 함께하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의 재능 기부는 역동적인 마을을 만드는데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마을들이 그들이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수많은 내륙지방의 사람들이 우리네 제주를 신이 주신 축복된 선물이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는 그 선물의 가치를 제대로 만들어 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해 보자. 어차피 우리 모두는 관광산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환경에 살고 있기 때문에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농촌관광상품을 만들어 보자. 설사 시행착오가 생길지라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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