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수매가 평년보다 높지만, 손에 쥐는 건 쥐꼬리"
"마늘 수매가 평년보다 높지만, 손에 쥐는 건 쥐꼬리"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7.05.28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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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대정농협APC서 제주산 햇마늘 ㎏당 3200원 첫 수매…비교적 한산
농가 "매년 인력난 인건비 상승 악순환 걱정"…공동 품앗이 등 대책 절실
28일 오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서 마늘 수매가 한창이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제주일보=고권봉 기자] “올해 제주 마늘의 농협 수매가는 평년보다 높지만 지난해보다 1000원이나 낮은 데다 매년 오르는 인건비와 비룟값 등을 제하면 손에 남는 돈은 ‘쥐꼬리’만큼, 한숨만 나옵니다.”

28일 서귀포시 대정읍 대정농협 산지유통센터(APC)에서 2017년도 제주산 햇마늘 첫 수매가 진행됐다.

농민들이 공들여 키우고 정성껏 건조한 마늘이 가득 실린 화물차와 경운기가 유통센터로 하나둘 들어섰다.

품질검사원은 마늘 줄기에서 2㎝ 이내 절단 여부와 마늘 크기별 상품‧중품‧하품 구분 및 건조 상태 등을 꼼꼼히 살핀 후 등급을 매겼다.

제주 지역 마늘 생산 예상량은 전년보다 4.5% 줄어든 3만700t으로 이중 제주지역 농협과 계약 재배한 1만47t이 ㎏당 3200원(상품 기준)으로 수매된다.

하지만 마늘 수매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가격(최고가 지난해 4200원)에도 농가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고, 유통센터도 비교적 한산했다.

현장에서 만난 윤숙의씨(48‧여)는 “모친이 마늘 농사(9900㎡)를 짓는데 밭에서 마늘을 뽑고 자르고 망사에 담고 옮길 일손을 구하지 못해 직장이 쉬는 날, 남동생(윤상필‧43)과 함께 용역업체에서 인부 10여 명을 빌려서 왔다”라며 “보통 인부 1명이 하루에 330㎡ 정도 작업하는데 일손은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농사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마늘 수매가가 역대 두 번째로 높다고 해도 식대와 추가적인 유류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농가의 수익성은 오히려 예년보다 낮아졌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대원씨(43‧동일리)는 “2640㎡ 규모의 마늘밭에서 농사를 잘 지어 80~90% 정도 상품을 생산했는데 정작, 수확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라며 “일할 사람이 없으니 인건비는 지난해보다 올랐고, 농약과 비료 등 외상값도 갚아야 하고, 수확해도 걱정뿐이니 농사짓기가 너무 힘들다”라고 푸념했다.

이처럼 제주산 햇마늘에 대한 농협의 수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올해도 인부를 구하지 못해 인건비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수확시기가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는 마을과 ‘공동 품앗이’ 협약을 맺는 등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제주본부 관계자는 “대정지역 마늘 수매는 유통센터 외에 무릉창고, 전분공장 등 4곳에서도 이뤄져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라며 “마늘 수확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서 농협 전 임직원이 휴무일 현장 지원을 하는 등 특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권봉 기자  kkb@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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