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들이 벌인 해양생태계 조사
사기꾼들이 벌인 해양생태계 조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1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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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우리나라에는 두 종류의 식목일이 있다. 육지에 나무를 심는 4월 5일 식목일은 흔히 알고 있을 테지만 바다에 해초를 심는 바다 식목일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제주 바다 속을 넘실거리던 풍성한 해초·해조류와 그 사이를 유영하던 물고기들은 온데간데 없고 바닷속이 사막처럼 황폐하게 변해버렸다. 이른바 갯녹음, 일명 ‘바다 사막화’ 현상이었다.

2009년 해양수산부는 이를 복원하고자 바다숲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갯녹음으로 파괴된 해역을 수산 생물이 살기 좋은 서식 환경으로 복원시켜 바다 사막화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해양수산부는 2012년 5월 10일 세계 최초로 법정 국가기념일로 바다 식목일을 지정했다. “바다에 해조류를 심자”며 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바다숲 조성 사업에는 막대한 국가예산과 지방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8년이 지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좀처럼 바다숲이 복원되지 않았다.

마침내 제주경찰이 그 원인을 밝혀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박사학위와 국가기술자 자격증을 빌린 뒤 허위 서류를 제출해 제주도 해양생태계 조사 용역을 낙찰받은 업체 대표 8명과 이 업체들에게 용역을 맡긴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직원 5명 등 13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기, 뇌물공여, 국가기술자 자격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자격증도 없고 박사학위도 없는 가짜 전문가들이 한국수자원관리공단이 발주한 제주 해양생태계 조사용역 입찰에 참가하고 뇌물과 향응을 제공해 낙찰을 받아 용역을 시행했다는 혐의다. 한마디로 제주도 바다숲 조성을 위한 해양생태계 조사 용역을 시행한 사람들이 사기꾼들이었다는 얘기다.

제주지역 바다숲 조성 등 해양생태계 조사 용역에는 무려 45억원 예산이 쓰여졌다. 이 사기꾼 용역 결과를 토대로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바다숲 조성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바다에 쏟아부었으니 결과는 말 안해도 뻔하다. 용역 발주기관인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수자원관리공단 직원들은 이들에게 뇌물과 향응을 받으며 흥청거렸다. 심지어 용역 발주기관 직원이 용역업체가 해야 할 용역사업 보고서를 대신 작성해주고 용역비를 나눠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갈 데까지 다 간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해양수산부는 바다숲 조성사업을 하면서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바다숲 조성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어민들과 미래의 후손들에게 우리 해양생태계가 건강한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발표했었다. 어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사건 수사는 여기에서 끝나서는 안된다. 경찰은 해초, 해조류 종묘 이식사업 등 바다숲 조성사업 전반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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