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위’ 기아 김선빈 프로야구 타격왕 등극
‘제주 사위’ 기아 김선빈 프로야구 타격왕 등극
  • 김명관 기자
  • 승인 2017.10.04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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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타율 0.370으로 ‘1위’…사상 첫 9번타자로 ‘수위타자’ 영예
기아 타이거즈 제공

[제주일보=김명관 기자] ‘제주의 사위’ 김선빈(28)이 기아 타이거즈의 8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견인하면서 타격왕에 화려하게 등극했다.

김선빈은 지난 3일 대장정을 마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타율 0.370(476타수 176안타)을 기록하면서 데뷔 후 첫 수위타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막판까지 박건우(두산·0.366)와 박민우(NC·0.363) 등의 추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이를 따돌리고 타격왕을 차지했다.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김선빈은 “운이 좋아 타격왕이 됐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그의 타격왕은 순도 높은 기록이다.

우선, 김선빈은 타이거즈 역사상 5번째 타격왕이다. 1990년 한대화(0.335), 1994년 이종범(0.393), 2002년 장성호(0.343), 2007년 이현곤(0.338)이 김선빈에 앞서 타율 1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프로야구 최다우승에 빛나는 최고 명문구단인 타이거즈 소속으로 타격왕을 차지했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는 구단 역사상 10년 만이자 이종범 이후 23년 만에 유격수 타격왕이 됐다. 프로야구 유격수는 ‘공(攻)-수(守)-주(走)’ 3박자를 갖춘 팀의 엘리트 중의 엘리트가 맡는 포지션이다.

김재박-유중일-이종범-박지만으로 이어지는 한국야구의 유격수 계보를 보면 김선빈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사상 첫 ‘9번 타자’ 수위타자이기도 하다.

그는 9번 타자로 가장 많은 217타수를 소화하며 타격왕에 올라 ‘작은 거인’으로 우뚝 섰다.

김선빈은 올 시즌을 자신의 야구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만들었다.

제대 후 첫 풀타임 시즌에서 타격왕에 올랐고, 팀은 8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는 3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우승을 확정하고는 “설레고, 긴장되고, 떨린다. 별생각이 다 난다. 고교 시절 세계청소년대회 우승 외에는 (제대로 된 우승) 기억이 없는데, 너무 기쁘고 묘하다”고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그는 타격왕 타이틀이 보이면서 느꼈던 심적 부담도 털어놨다. “운이 좋았다. (박)건우가 오늘 경기 중 안 다쳤으면 어찌 될지 몰랐다. 다섯 경기 남기고부터 타격왕을 의식했다. 그때부터 성적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는 무엇보다 많이 뛴 게 좋다”며 기뻐했다.

그에게 올 시즌이 남다른 이유는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가정을 꾸린 후 맞는 첫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제주출신 송미지씨와 결혼한 김선빈은 올해 시즌 개막과 함께 펄펄 날았다.

그는 지난 7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가정이 생기다보니 더 책임감이 많아져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아내가 내조를 잘한다.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 대해 늘 감사하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시즌 중반까지도 ‘꿈의 타율’이라는 4할대를 넘보며 1982년 프로야구 원년 백인천이 기록한 4할1푼2리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운동선수로는 불리한 체격 조건인 165㎝의 단신으로, 타석에서 거의 앉은 자세로 방망이를 휘둘러 안타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신통방통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타이거즈의 우승을 확정지은 지난 3일 경기에서도 그는 여러 차례 신들린 듯한 수비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어 “역시 김선빈”이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 바로 올해 정규시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돌아가는 MVP다.

올해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인정받게 될 선수는 취재기자 투표를 통해 다음 달 6일 가려진다

김선빈은 우승 직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서 집에 돌아가 아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의 뱃속에는 내년 초 태어날 ‘꽃빈이’가 곱게 자라고 있어서다.

그는 “얼른 꽃빈이가 보고 싶다. 올해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며 벌써 내년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김명관 기자  mg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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