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저리고 아파 한 숨도 못 잤어요"
"손이 저리고 아파 한 숨도 못 잤어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3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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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호. 정형외과 전문의

[제주일보]  55세 주부가 양 손이 심하게 저리고 아프다고 병원에 왔다. 손이 타는 듯이 시리고 저려서 벌써 한 달 째 밤에 잠을 못 자고 있다. 처음에는 손을 많이 쓰고 나면 저리다가 좀 쉬면 나아졌는데, 지금은 손을 조금만 사용해도 저리고, 특히 새벽에 손이 저려 깨서 손을 흔들고 털면서 아무리 주물러도 계속 아프다. 낮에는 뚝배기 같은 그릇을 들다가 힘없이 놓쳐 깨뜨린 적도 있다. 동네 병원에서 물리치료도 하고 주사도 맞았는데 소용없다. 한의원에서 열흘간 침도 맞았다. 할 수 없어 종합병원에서 신경검사를 하고 깁스까지 했는데 그래도 낫지 않았다. 결국 수술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겁이 나서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듣고 우리 병원에 온 것이다.

진찰해 보니 손바닥과 손가락이 전체적으로 감각이 둔하고 저리듯이 아픈데 새끼 손가락은 아프거나 저리지 않고 감각도 온전하다. 손목 가운데를 두드리니 손가락 쪽이 저릿저릿 하다. 손목을 일분 정도 손바닥 쪽으로 구부리고 있으니 손으로 저려온다. 자세히 보니 엄지 밑 손두덩 근육이 말라서 위축되어 있다.

주부가 손이 저리다가 아프고, 손이 타는 듯이 잠을 못 잔다면 손목 터널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정형외과의 고유 질환으로서 40~60대에 잘 발생하고 남자보다 여자에게 흔하다. 비교적 나이가 많고 활동성이 적은 과체중의 여성에서 잘 발생한다. 이런 증상은 손가락의 감각과 엄지 쪽 손 두덩 근육의 기능을 담당하는 정중신경이 손목에서 눌려서 생긴 것이다. 이러한 말초신경들은 손목 주변 힘줄, 인대, 뼈 등에 의해 눌리게 되어 감각이 떨어지거나 기능적으로 손이 무겁고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손바닥 쪽으로 손목을 구부린 채로 잠을 자는 습관, 자주 손가락이나 손목을 구부렸다 펴는 주부들, 진동기구를 사용하는 작업 등에서 잘 생긴다. 그러나 손을 많이 쓴다고 해서 모두 이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므로 그 정확한 원인을 알기는 어렵고 다양한 원인 (당뇨, 류마티스 관절염, 혈액 투석중, 감염, 손목 골절, 종양, 비만증, 갑상선 질환)이 관계된다. 월경이나 임신시 일시적으로 오는 경우도 많다.

증상을 보면 쉽게 진단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은 손에 부목을 대고 쉬어야 한다. 약물치료나 물리치료해도 안 나으면 신경 주위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기도 한다. 주사는 3개월 정도 효과가 지속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증상이 없어지기도 한다. 임산부에게 발생한 경우는 분만 후 증상이 저절로 좋아진다.

저린 증상이 몇 달 이상 오래된 말기의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후에는 저린감은 바로 좋아지지만, 손가락의 무딘 감각은 계속 남을 수 있다. 왜냐면 손목에서 손가락까지 거리만큼 신경회복이 진행되려면 수 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말라버린 근육은 수술해도 영구히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저런 치료를 해도 낫지 않는다면 너무 오래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의해서 근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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