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4·3은 전국에서 가장 격렬했던 반분단운동"
[신년특집]"4·3은 전국에서 가장 격렬했던 반분단운동"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7.12.31 19: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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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강만길 교수 신년 인터뷰
지난달 20일 강원도 양양군 하조대 해변 인근에서 만난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올해 70주년을 맞는 제주4·3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강원 양양=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4·3역사는 한국 근·현대사 ‘축소판’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하느냐’ 따라
한반도 전체 역사 전도가 달려있어

평생을 분단과 평화통일 연구에 힘써온 강만길 교수는 제주4·3은 우리 근·현대사가 집약된 축소판이기에 70주년을 맞는 제주4·3의 해결이 곧 우리 분단 역사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통일이라는 우리 민족사의 큰 방향과 과제에 맞춰 4·3역시 평화주의와 평화통일 문제를 바탕에 두고 풀어나간다면 우리 현대사의 방향을 4·3이 선도하고 그만큼 제주도민의 역사적 자부심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Q. 2018년은 제주4·3이 발발한지 70년이 되는 해다. 제주4·3중앙위원회 위원으로도 오랫동안 역할을 해왔다.
A. 제주4·3은 우리 근·현대사가 집약된 축소판이다. 광복을 맞고 분단이 되면서 제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좌우대립이 심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특별히 제주에서 전형적으로 벌어졌고 다른 지역보다 유독 피해가 심했다.
영토의 크기만으로 보면 제주는 크지 않지만, 우리 근·현대사의 응축된 부분이 다 들어있기 때문에 제주4·3의 역사가 곧 우리 근·현대사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4·3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앞으로 우리 민족 문제, 한반도 전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할 만큼 중요한 과제다.
그래서 4·3중앙위원회에 참여해 나름대로 발언해왔던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70주년을 앞둬 좀 더 강조한다면 4·3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할 것이냐’에 따라 한반도 전체 역사의 전도(前途)가 달려있다고 말하고 싶다.

Q. 새로운 천년이 오기 전에 4·3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각오로 제주도민들과 각계의 노력 끝에 1999년 4·3특별법이 통과됐고 진상규명 활동들이 이뤄졌다.
A. 결국 4·3은 우리나라 전체에서 보면 지방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 역사의 전체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3특별법이 만들어졌고 4·3진상보고서가 채택됐다. 또 비교적 합리적으로 4·3특별법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이것은 한정된 지역 중심의 역사 인식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 문제를 놓고 거기에 비춰 해결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평화통일 열망 어느 지역보다 컸던 제주
4·3 통해 우리 현대사 방향 선도한다면
도민들의 역사적 자부심도 더욱 커질 것

 

Q. 국무총리실 산하 4·3중앙위원회의 활동이 궁금하다.
A. 4·3중앙위원회는 ‘진실을 밝힌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4·3을 해결하는 것이다’라는 원칙으로 운영됐다. 그래서 4·3중앙위원에 경찰측과 군측에서도 함께 참여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4·3 자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었다. 그런 원칙을 중심으로 위원회가 운영돼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4·3진상보고서 채택과정 등 성과물들이 나오게 된 바탕이이기도 하다.

Q. 지난 두 정부에서 4·3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A. 광복 이후 우리 역사는 진보적인 정권, 보수적인 정권, 독재정권 등을 거쳐 왔다. 역사라는 게 무엇이냐?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정권의 성격이 다르다고 해서 역사의 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때로 정권의 강압에 따라 역사의 진실이 일시적으로 변질되거나 가필이 될 수는 있지만, 그렇게 오래가지 못한다.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결국은 ‘역사가 바른길을 제대로 간다’는 걸 종종 목격하게 된다.
제주4·3은 특히 처음부터 좌나 우, 진보·보수가 아니라 4·3중앙위원들이 ‘역사의 진실을 밝힌다’는 원칙을 가지고 운영했기 때문에, 일시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았다.

Q. 70주년을 맞아 4·3의 이름이 필요하다는 ‘정명(正名)’에 대한 목소리도 많다.
A. 4·3이 왜 일어났느냐, 분단반대운동이었다. 한반도에 남과 북, 두 개의 국가가 수립돼선 안 된다는 것이 당시의 인식이었다. 이 같은 인식은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흐름이었고 분단반대운동 역시 여러 지역에서 여러 형태로 일어났다. 그런 와중에 제주에서 가장 격렬하게 일어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제주4·3반분단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Q. 70주년을 맞는 제주4·3의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A. 4·3문제는 결국 우리 근·현대사의 응축된 부분이어서 우리 분단 역사 전체와도 매우 깊이 연결돼 있다. 4·3과 현대사를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 민족사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민주주의 발전이고 또 하나는 평화통일 과제이다. 4·3운동의 방향 역시 평화주의 방향, 평화통일문제를 바탕에 두고 풀어나가야 한다고 본다. 제주에서부터 그 문제를 풀어나가고 전체 국토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그런 방향이면 좋겠다. 제주도의 역사를 한반도 전체의 역사로 연결시키는, 긍정적으로 말하면 이끌어가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말하면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 돼야 한다고 본다.
또한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민주주의 발전이 더욱 중요하다. 민주주의가 더 진전되고 발전돼야 그걸 바탕으로 평화통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4·3을 들여다보면 어느 지역보다 제주가 평화통일에 대한 의욕이 앞섰고 그래서 희생이 더욱 컸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현대사의 방향을, 4·3을 통해 제주도가 선도한다면 그만큼 제주도민의 역사적 자부심도 더욱 커질 것이다.

 

지역공동체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대
향후 동북아공동체가 만들어진다면
한반도, 해양-대륙세력 평화가교 될 것


Q. 한반도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간의 각축장’, ‘극동의 화약고’ 같은 오명을 벗으려면 평화통일·협상통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해오셨다. 제주4·3의 방향인 평화통일문제와 맞닿아있기도 하다.
A. 제국주의 시대에선 한반도 전체가 대륙세력권에 들어가면 해양세력, 특히 일본을 겨누는 칼이 된다고 했다. 반대로 한반도 전체가 해양세력권에 들어가면 해양세력이 대륙을 침략하는 다리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제국주의시대 이야기다. 그러나 한반도는 해방이 되면서 분단이 돼버렸다. 주변국에게는 한반도가 부러진 칼, 부러진 다리가 돼버린 거다. 그러니 그 속에 살고 있는 한반도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큰 고통, 분단 고통이 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통일 문제를 접근할 것인가. 평화적 해법 이외에 대안이 있는가? 결국 한반도 통일 문제는 한반도를 둘러싼 4강 중심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 표현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달라지고 있는 지역공동체라는 세계적 흐름 역시 평화통일로 나아가는데 긍정적 배경이 되고 있다.

Q. 북핵문제 등 한반도 상황이 좋지 않다.
A. 그렇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 일본과의 수교가 이뤄진다면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 당시에는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고, 고이즈미 총리 시절에도 수교협상 논의가 실제로 진행됐었다. 북미, 북일수교 협상이 시작되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 본다.

Q. 세계가 지역공동체 시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동북아 평화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A. 제국주의 시대와 달리 세계사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EU가 출범했고 아세안이 생기고,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북미공동체, 남미공동체에 현재 아프리카공동체도 논의되고 있다. 세계가 지역공동체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제국주의, 냉전을 겪었던 20세기에는 민족국가들이 장벽을 높이높이 쌓고 비자를 발급받아야만 입국할 수 있었지만 그 20세기가 다 가기 전에 무비자지역이 점점 늘어났다. 비자 없이도 왕래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그위에 지역공동체가 생겨났다.
유럽의 경우  EU와 독일통일이 연결돼 있다. 그래서 독일통일은 부드럽게 이뤄졌다. 지금의 아세안도 잘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동북아만 아직 공동체를 못만들었다. 20세기 일본이 지은 큰 죄가 하나의 원인이다.
지금은 아세안에 한·중·일이 참여하는 ‘아세안+3’ 체제로 가고 있지만 향후 동북아공동체가 만들어지면 아세안과 함께 동아시아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한반도는 부러진 칼, 부러진 다리가 아니라 동아시아공동체에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을 연결하는 ‘평화가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속에서 한반도 통일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Q. 그 연장선에서 제주의 역할을 기대한다면.
A. 제주는 한반도 전체에서 보면 해양세력에 속하지만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중요한 핵도 될 수 있다. 해양성이 강한 제주가 대륙과 해양세력을 연결하는 ‘평화공동체의 핵’이 된다면 제주의 역사적 위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제주도민들 스스로 그런 역사의식을 갖춘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강만길 교수는…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85)는 평생을 분단과 평화통일 연구에 힘써온 우리사회의 대표 원로지성이다.
저서 ‘분단시대의 역사인식’(1978년) 등을 통해 우리 근·현대사를 재정립하는데 역할을 해왔다. 유신시절 탄압으로 4년간 대학 강단을 떠나기도 했었다. 상지대 총장(2001~2005년)을 역임한 뒤 현재 강원도 양양으로 생활터전을 옮겨 10여년 째 왕성한 연구와 집필활동,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과 제주4·3위원회 중앙위원을 지냈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낼 당시 대담을 나누며 조언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양양의 하조대 해변에서 만난 강 교수는 탁 트인 동해바다가 제주바다와 닮았다고 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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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외친나라에는 미래가없다. 2018-01-02 02:22:37
평화를 외친 나라들은 다 망했다.

어처구니없네 2018-01-02 02:07:23
평화통일 ? 평화를외치는 나라들 다 망했다. 헛소리 집어치워라. 빨갱이는 싹다 쓸어버려야된다. 북에 돈퍼주고 북에 나라줄려고 아주 쇼하는 놈들이 넘처나는 대한민국 남한에 간첩 5만명 주사파 유튜브 검색좀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