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리듬이 액션이 된다’
‘모든 리듬이 액션이 된다’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8.01.18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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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 베이비 드라이버
늘 음악과 함께하는 운전 천재 '베이비'
화려한 사운드와 액션, 로맨스 '눈길'

[제주일보=이승현 기자] “최근 가장 재밌게 본 영화 추천 좀 해줘.”

친구의 말을 듣고 주저 없이 지난해 ‘로튼 토마토 지수’ 100%를 기록한 화제작 ‘베이비 드라이버’가 떠올랐다.

‘S급 액션과 사운드, 여기에 잘 버무려진 B급 로맨스.'

베이비 드라이버는 오프닝부터 화려한 자동차 액션과 음악으로 모든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6분간의 오프닝 시퀸스에서 흐르는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의 ‘벨바텀스(Bellbottoms)’가 끝날 무렵, 모두가 이 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 있을 것이다.

22년전 벨바텀스를 듣고 영감처럼 떠오른 자동차 추격씬을 반드시 영화화 하겠다고 생각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끝내주는 영화의 시작이다.

어릴적 사고로 청력에 이상이 생겨 언제나 음악과 함께하는 주인공 '베이비(안셀 엘고트)'는 범죄 설계자인 '박사(케빈 스페이시)'에게 약점을 잡혀 천재적인 운전 실력을 범죄자의 탈출에 쓰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만난 그녀 '데보라(릴리 제임스)'와 새로운 인생을 꿈꾸지만 마지막인 줄 알았던 범죄는 같은 팀인 박사와 배츠(제이미 폭스), 버디(존 햄), 달링(에이사 곤살레스)과의 돌이킬 수 없는 갈등으로 치닫는다.

영화 포스터에 적힌 ‘모든 리듬이 액션이 된다’는 문구는 이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닌가 싶다.

은행 강도 등 도시범죄와 로맨스의 결합, 사연을 간직한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우리에게 익숙한 클리셰다. 그러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상상력은 영화 한편을 훌륭한 뮤직 비디오로 만들어 낸다.

사소한 액션과 주인공의 행동마다 조화롭게 재생되는 '아이팟(iPod)'속의 2000년대 음악들은 그가 ‘새벽의 황당한 저주’,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 같은 유니크한 B급 영화를 넘어서 할리우드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에드가 라이트 특유의 깨알 같은 유머와 동시에 영화 주인공 '베이비'가 음악을 듣지 않는 장면에선 실제 이명 현상의 울림소리를 사운드에 담아 더욱 주인공에 몰입하게 하는 세심한 장치도 엿볼 수 있다.

다만 오직 음악과 액션을 위해 스토리 전개를 단순화하고 주인공의 과거와 사연을 단편화해 보여주기 때문에 서사를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전 세계에서 흥행 열풍을 이끌며 제작비의 6배인 2억20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와 관객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82만2769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흥행에는 다소 부진했다.

지난해 영화관 수가 적은 제주에서는 흥행성이 없는 '숨겨진 명작'들이 개봉하지 않거나 상영관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어 매우 아쉬웠다.

올해에는 다양한 작품들을 제주에서도 찾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승현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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