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세계 녹여 만든 듯, '검은 돌'을 줍다”
“아주 작은 세계 녹여 만든 듯, '검은 돌'을 줍다”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3.28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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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현대미술관 1평미술관
아트저지 이웅철 개인전
더 라인-기억의 거울

“검은 돌 하나를 주웠지. 아주 작은 세계를 녹여 만든 것 처럼.”

젊은 시절 중동 파견 노동자로 일했던 아버지.

그리고 그가 한국에 오며 가져온 유일한 오브제(사물)인 검은 돌과 다리미 하나. 

이를 매개로 1평 남짓의 작은 전시공간에 오늘날 지구촌의 자원과 환경, 경제, 기술, 노동 문제를 풀어냈다.

제주현대미술관(관장 변종필)이 최근 미술관 야외 전시장인 1평 미술관에서 개막해 오는 8월 25일까지 선보이고 있는 2024 아트저지 이웅철 개인전 ‘더 라인-기억의 거울’이다.

1평 미술관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창궐로 도내 모든 미술관 실내 관객 출입이 제한됐을 당시 새로운 형태의 돌파구로 탄생했다.

개인 단위의 소규모 관객이 들어갈 만한 작은 크기의 유휴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개조하고 이를 예술성이 깃든 야외 슬로프 형태로 연결해 관객이 올라가 감상하게 했다.

팬데믹 이후 이 미술관은 독특한 전시 관람 방식과 ‘나만을 위한’ 작은 전시 공간 개념으로 작품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며 주요 볼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웅철 작가의 아버지가 1970∼80년대 중동권 국토개발계획을 위해 파견 노동자로 일하고 유일하게 한국에 가져온 쇠다리미와 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미디어아트 및 설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장 스크린 아래에는 중동 건설 현장을 상징하는 모래와 파이프 설치물이 설치됐다.

아버지의 경험은 개인적이지만 시대상과 관련해 자원과 환경, 경제, 기술, 노동 등 여러 문제를 함의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돌을 줍고 무의식적으로 이를 다듬고자 햇던 의지는 자연을 향한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 반영돼 있다.

1평 미술관이라는 이름답게 공간이 주는 공명감이 더욱 소리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작품은 뜨거운 천체와 끓을 것만 같은 물, 사막의 모습이 등장하며 중동의 열기를 드러냈다.

사운드가 매우 독특했는데 화면에 한국말과 영어 캡션이 있었지만 외계어와 같이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는 한국어 말 대사를 거꾸로 읽은 것으로 신비감을 더했다.

이어 노동자를 연상케 하는 망치질과 건설 현장, 공사 파이프가 쌓아 올려져 형체를 이루고 도시가 들어서고, 다시 모든 게 파편화돼 우주로 향하는 듯한 독특한 메시지를 담았다. 

작가는 현 시점에서 인류사에 있어 가장 거대한 규모의 건설계획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 건설 계획인 네옴시티를 통해 제2의 중동 특수를 노리는 한국을 돌아본다.

아울러 자원과 환경, 경제, 기술, 노동과 같은 여러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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