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민원에도 경찰 찾아…행정력 낭비 우려
사소한 민원에도 경찰 찾아…행정력 낭비 우려
  • 김동일 기자
  • 승인 2017.04.30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법 주·정차·문 잠김·유기견 발생 등 민원 경찰에 신고
경찰 업무 아닌 만큼 다른 기관 이송 비중도 26% 달해
전문가 “긴급·비긴급 각각 구분해 목적에 맞게 신고해야”

[제주일보=김동일 기자] “집 앞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있는데 과태료 딱지 끊고 치워주세요.”, “주차장에 차량이 방치돼 있는데 와서 확인해주세요.”

얼마 전 제주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로 이 같은 민원 신고가 전달됐다. 지난해까지 불법 주·정차 단속 업무는 제주도 자치경찰단이 맡아왔고 올해부터 행정시로 이관됐지만 경찰의 업무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기주차와 밤샘주차 등의 업무로 행정시가 맡고 있지만 이를 아는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처럼 경찰의 고유 업무가 아니거나 현관문·차문 잠김, 개를 찾아 달라는 ‘단순 민원’ 등에도 경찰을 찾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경찰이 애를 먹고 있다. 이로 인해 정작 제때 필요한 곳에 출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12신고 접수는 2014년 30만6004건, 2015년 32만3178건, 지난해 32만4710건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이 가운데 화재와 구조요청 등의 119신고나 주·정차, 소음, 기타 서비스 요청 등 경찰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 다른 기관으로 이첩된 신고도 적지 않다. 매년 줄고 있는 추세지만 지난해만 하더라도 8만4389건으로 전체 신고의 26%를 차지했다.

연동지구대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불법 주·정차 관련 신고만 해도 많을 때는 하루에 수십건 넘게 신고가 들어온다”며 “강아지를 잃어버렸는데 찾아 달라거나 현관문이나 차문을 열어 달라는 민원 전화가 걸려오기도 하는데 출동을 못한다고 하면 항의하시는 분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동물 사체를 치워 달라는 신고도 들어오는데 원칙적으로 사체 처리는 행정의 몫”이라며 “신고가 들어온 만큼 출동을 안 할 수도 없어 현장에 방문한 뒤 동주민센터로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읍·면지역에 있는 파출소에도 다양한 민원이 접수된다. 도로에 소나 말이 있어 해결해 달라거나 공사 자재를 치워달라는 민원이 많다. 읍·면지역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한 번은 말에 묶여 있는 고삐 때문에 말이 불편해 보이는데 이걸 풀어 달라고 신고한 분도 계셨다”며 “바쁜 시기에 황당한 민원 신고가 들어오면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민원 신고나 다른 기관에 들어가야 할 신고가 경찰에 접수돼 경찰력 낭비는 물론 경찰의 긴급출동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의 의식개선도 요구된다.

경찰행정학계 전문가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민원신고 등으로 인해 긴급 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는 만큼 민원상담을 포함한 비긴급신고는 제주도 콜센터 120으로 전화해야 한다”며 “112종합상황실에서도 사소한 출동 낭비를 막기 위해 신고의 진위 여부나 기준을 두고 지구대나 파출소로 신고를 넘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하루에 평균적으로 900여 건의 신고가 들어오는데 이 중 30% 가량이 다른 기관으로 넘어가는 업무”라면서 “경찰이 제때 필요한 곳에 출동할 수 있도록 긴급과 비긴급을 구분해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동일 기자  flash@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