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절경 따라 걷다 보니 사계해안이 반겨
산방산 절경 따라 걷다 보니 사계해안이 반겨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3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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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10코스(화순~모슬포올레)-화순금모래해변~사계포구(5.9㎞)
사계포구로 가며 바라본 산방산.

[제주일보] # 몸살을 앓는 화순 금모래해변

한 때 모래에 금이 함유돼 있다고 자랑하던 화순 금모래해변은 지금 많은 모래가 유실돼 제 빛을 잃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화순항 2단계 사업 겸 해경 전용부두 방파제 축조 공사가 서쪽으로 이어진 퇴적층 지대에서 일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지, 모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방파제가 새로 생기다 보니, 해수욕장이 안에 갇히는 꼴이 됐고 서쪽 소금막과 황우치 해변과도 교류가 끊겼다.

그러다 보니, 마을에서는 수량이 풍부한 ‘하강물’을 이용해 담수수영장을 개설 운영 중이다. 이 수영장은 수심을 달리 해 성인용과 어린이용으로 구분, 2개의 풀에 물놀이 미끄럼틀이 설치돼 있다. 용천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물이 차가워 더위를 식히기 좋으며, 수영장과 샤워실 이용이 무료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 형편이다 보니, 원래 해안을 따라 산방산 앞 용머리에서 사계포구까지 이어지던 올레길 10코스도 썩은다리에서 산방산을 오른쪽으로 도는 대체탐방로를 이용하고 있다.

이곳은 원래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를 일부 응용한 길이다.

 

# 썩은다리 위 무반석을 거쳐

‘썩은다리’는 이름이 좀 엉뚱하지만 제주의 오름 368개 중의 하나다. 표고 42m, 비고 37m, 둘레 594m의 원추형 오름으로 그 자체가 ‘용머리’와 같은 시기에 형성된 독립 수성화산체로 오랜 시간 동안 파도에 침식돼 일부만 남았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능선 위에 무반석 거욱대가 있다. 전설에 무반석이 쓰러져버린 걸로 나오는데, 후세 사람들이 그 위에 돌을 쌓고 거욱대로 만들었다.

‘어느 풍수사가 동동네 마을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 동네 유반들이 섯동네 무반들에게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을 보고 주변을 살피니, 무반석에서 나는 정기 때문인 것을 알았다. 그 말을 들은 동동네 유반들은 그 무반석을 쓰러뜨리려 꾀를 내어, 술을 같이 마시면서 섯동네 무반들을 취하도록 유인했다. 그들이 취하자 돌을 쓰러뜨리는 힘겨루길 제안해 스스로 달려들어 무반석을 쓰러뜨리도록 했는데, 쓰러지자 그 밑에서 청비둘기가 나와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그걸 본 무반들은 그제서야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홧김에 달려가 동동네 유반석을 쓰러뜨리려 했지만 넘어뜨릴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동동네 사람들이 세력을 잡게 되었다.’

 

# 주슴질에서 바라보는 산방산

썩은다리에서 내려와 화순중앙로 124번 길을 따라 산방산 남쪽을 지나는 산방로를 가로지르면 곧 ‘주슴질’이다. ‘주슴질’은 곶자왈 사이로 난 좁은 길로 마을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예전에 왜구가 썩은다리 해변으로 침입했을 때, 이 길로 달려가 대정현에 알렸다는 데서 연유한 이름’이라 한다. 잡목 사이로 칡이 우거져 운치를 더한다.

조금 걷다 보면 사이사이 산방산이 눈에 들어오는데, 평소 밖에서 보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산방산은 종 모양의 화산체라 사람들에게 어디서든지 같은 모습으로 각인돼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산줄기가 일부 북동쪽과 북서쪽으로 뻗쳤다. 해안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표고 395.2m로 높다보니까 구름이 산머리에 걸리거나 빙빙 돌아, 각 사면 기슭은 서로 다른 기후의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정상엔 상록수림이 울창하고 암벽에는 지네발란, 풍란, 석곡, 섬회양목 등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어 천연기념물 376호로 지정됐다.

# 산방산 등산로 옆을 지나며

주슴길에서 벗어나 과수원길을 걷다가 영산암 표지석 옆의 산방산 입산 금지 안내판을 보니,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7호 산방산의 훼손 방지를 위해 2021년 12월 31일까지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한 15년쯤 전 일이다. 산방산 등반이 자유롭던 시절, 중앙의 모 등산전문 월간지 기자들의 취재를 안내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국립공원 특집을 기획했는데, 여름에 편집실 식구 모두 제주로 내려와 한라산 3개 등반코스와 산방산을 동시에 입체 취재했다. 그 날 편집국장과 사진기자를 대동하고 이곳을 올랐는데, 안개가 자욱했다.

편집국장이 소설을 쓰는 친구여서 그런지 전설에 한라산 꼭대기가 날아와 앉은 것이 산방산이니, 컨트롤타워는 당연히 이곳이 돼야 한다 해, 정상에 올라 전화로 팀원들을 독려하며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렸다. 지독한 안개 속에서 그들은 내가 들려주는 산방산의 모든 전설을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산방덕에서부터 금장지 전설까지 다 들려줘도 시간이 남아 셋이서 “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노래만 반복하다 2시가 돼도 안개가 걷히질 않자 배가 고파 내려왔다. 그 달 특집의 산방산 부분은 모두 전설로 채워졌음은 물론이다.

 

# 베릿돌아진밧에서 사계포구까지

밭 사이로 난 농로를 따라 가다보면 서쪽으로 접어드는 곳에 커다란 돌이 밭과 길 사이에 누워 있다. 그게 벼루를 닮아 ‘베릿돌’이라 하고 그 돌이 앉아 있는 밭을 ‘아진밧’이라 한다. 사계리 쪽 산방산 서쪽 능선은 유달리 떨어져 내린 바위가 많다. 그래서 작은 돌들은 밭담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큰 것은 그대로 박힌 채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이 점성이 강한 조면암을 이용해 빗돌로 쓰기도 했다.

산방산에서 내려와 사계포구로 가는 길에 눈길을 끄는 특이한 조형물이 있다. ‘고르바초프 제주도 방문’이라 설명이 붙은 안내문을 보니, 1991년 러시아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방한했을 때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구조물이라 한다.

영부인 라이사 여사가 사계 어촌계를 방문해 해녀들이 속칭 ‘남데기’ 해안에서 물질하는 광경을 본 후 잡아온 해산물을 맛보면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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